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넣어 보면 얼음은 물 위에 둥둥 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얼음과 물은 모두 똑같은 ‘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액체 상태의 물은 아래에 있고, 얼음은 그 위에 떠 있는 것일까?
보통 물보다 무거운 물질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물보다 가벼운 물질은 물 위에 뜹니다. 그런데 얼음은 물로 만들어졌는데도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 있습니다. 이 신기한 현상에는 물 분자의 특별한 성질과 ‘밀도’라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이 얼음으로 변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얼음이 물에 뜨는 이유는 무엇인지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물이 얼면 왜 부피가 커질까?
얼음이 물에 뜨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합니다.
물은 얼면서 부피가 커집니다.
부피는 물질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크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양의 물이라도 얼음이 되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은 다음 냉동실에 넣어 얼려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물이 얼면서 페트병이 조금 부풀어 오르거나 변형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이러한 현상이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기온이 매우 낮은 날 물이 들어 있는 병을 가득 채운 상태로 얼리면 병이 깨질 수 있습니다. 수도관이나 배관 안에 물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물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 수도관이 손상되거나 터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은 왜 얼면서 부피가 커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작은 물 분자에 있습니다. 물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입자인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속의 분자들은 가만히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이 얼기 시작하면 물 분자들의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면서 서로 일정한 형태로 배열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물은 얼음이 될 때 다른 많은 물질과 조금 다른 특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 분자들은 얼음 속에서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물 분자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배열되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보다 분자 사이에 공간이 더 많이 생깁니다. 쉽게 비유하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방과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때는 서로 가까이 모여 있을 수도 있지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줄을 서면 오히려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물 분자도 비슷합니다.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분자들이 규칙적인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분자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고, 그 결과 물 전체의 부피가 증가하게 됩니다. 즉, 같은 양의 물이라도 얼음이 되면 더 큰 공간을 차지하게 됩니다.
얼음은 왜 물보다 밀도가 낮을까?
이제 얼음이 물에 뜨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밀도입니다. 밀도는 일정한 부피 안에 물질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같은 무게의 물질이라도 더 작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 있다면 밀도가 높고, 더 넓은 공간에 퍼져 있다면 밀도가 낮습니다. 물은 얼음으로 변하면서 분자 배열이 달라지고 부피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물이 얼었다고 해서 물질 자체의 양이나 질량이 갑자기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질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부피가 커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같은 질량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되므로 밀도는 낮아집니다. 이것이 바로 얼음이 물보다 밀도가 낮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어떤 물질이 물보다 밀도가 낮으면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컵에 얼음을 넣었을 때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럼 “고체는 액체보다 단단하게 뭉쳐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얼음도 물보다 밀도가 높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많은 물질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면 분자들이 더 촘촘하게 배열되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밀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체가 액체보다 밀도가 높다면 액체 속에 넣었을 때 가라앉게 됩니다.
하지만 물은 조금 특별합니다. 물은 얼면서 분자들이 독특한 결정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부피가 늘어나고 밀도가 낮아집니다. 바로 이 특별한 성질 때문에 얼음이 물 위에 뜨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평범한 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물질과는 조금 다른 매우 재미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얼음이 물에 뜨는 것은 자연에서도 중요합니다
얼음이 물에 뜨는 것은 단순히 컵 속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현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연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겨울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호수나 연못의 물도 점점 차가워집니다. 기온이 계속 낮아지면 물의 표면부터 얼기 시작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 있습니다. 그리고 물 위에 생긴 얼음층은 일종의 덮개처럼 작용합니다. 얼음은 물보다 열을 잘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호수 아래쪽의 물이 차가운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덕분에 호수 전체가 한꺼번에 얼어붙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호수의 표면은 얼어 있어도 아래쪽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물고기나 수생식물, 작은 생물들이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만약 얼음이 물보다 밀도가 높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얼음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얼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추운 계절에 호수나 연못 전체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그렇게 되면 물속에 사는 생물들이 살아가기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얼음이 물 위에 뜨는 성질은 물속 생태계가 유지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원리는 집에서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컵에 물을 담고 얼음 하나를 넣어 보세요. 얼음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얼음을 자세히 관찰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얼음이 물속에 완전히 잠겨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또 다른 실험으로는 물을 얼려 보기 전에 물의 높이를 표시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투명한 용기에 물을 담고 물의 높이를 표시한 뒤 냉동실에서 얼려 보세요. 물이 얼고 난 뒤에는 얼음이 원래 물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리병이나 밀폐된 용기에 물을 가득 채운 채 얼리는 것은 용기가 깨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물을 마시고 얼음을 사용하지만, 얼음이 왜 물에 뜨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작은 궁금증을 가지고 살펴보면 평범해 보이는 현상 속에서도 놀라운 과학 원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얼음 하나가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에도 물 분자의 배열, 부피, 밀도, 그리고 자연 생태계까지 연결되는 과학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