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밤하늘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여름철에는 은하수와 함께 밝은 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면, 가을에는 조금 차분하고 은은한 별자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을철 밤하늘을 바라보면 페가수스자리, 안드로메다자리, 물병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별자리를 관찰할 때 먼저 알아두면 좋은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별자리의 모양은 실제 우주에서 별들이 가까이 모여 만들어진 모습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거리와 위치에 있는 별들이 지구에서 바라보았을 때 특정한 모양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따라서 밤하늘의 별자리는 지구라는 한 지점에서 바라본 거대한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가을밤에는 무작정 별을 찾기보다 비교적 알아보기 쉬운 별자리부터 기준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시작점으로 활용하기 좋은 별자리가 바로 페가수스자리입니다.
가을 하늘의 기준점, 페가수스자리

페가수스자리는 가을철 밤하늘을 대표하는 별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의 모습을 표현한 별자리로,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 가을철 별자리를 찾을 때 기준점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페가수스자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페가수스자리 사각형’입니다. 네 개의 별이 커다란 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이루고 있어 다른 별자리보다 비교적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가을철 별자리를 처음 찾는다면 작은 별 하나를 찾으려고 하기보다 이 커다란 사각형을 먼저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페가수스자리 사각형이라고 부르는 네 개의 별 가운데 하나는 실제로 안드로메다자리에 속합니다. 지구에서 바라보았을 때 네 개의 별이 사각형처럼 보이기 때문에 하나의 모양으로 묶어 부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별자리에서는 ‘눈에 보이는 모양’과 ‘실제 별의 위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가까운 별과 아주 먼 별이 한눈에 보기에는 나란히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가수스자리에서 이어지는 안드로메다자리
페가수스자리 사각형을 찾았다면 자연스럽게 안드로메다자리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자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안드로메다의 이름을 딴 별자리로, 가을철 북동쪽 하늘에서 찾아보기 좋습니다.
안드로메다자리는 아주 선명한 사람 모양으로 보이는 별자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페가수스자리 사각형의 한쪽에서 이어지는 별들의 흐름을 따라가면 위치를 확인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별자리 앱이나 별자리 지도를 함께 활용하면 처음 관찰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자리에서 특히 유명한 천체는 바로 안드로메다은하입니다. 이름 때문에 같은 종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별자리와 은하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안드로메다자리는 지구에서 바라본 하늘의 한 영역이고, 안드로메다은하는 실제로 수많은 별과 가스, 먼지 등이 모여 있는 거대한 은하입니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 은하와 비교할 수 있는 가까운 대형 은하 가운데 하나이며,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약 250만 년이 걸립니다. 즉 맑고 어두운 밤하늘에서 안드로메다은하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약 250만 년 전의 모습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곧 과거를 보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천체입니다.
익숙한 이름의 별자리, 물병자리
물병자리는 한국에서도 비교적 익숙한 이름의 별자리입니다. 황도 12궁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별자리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들어본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처럼 물을 들고 붓고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가을철 남쪽 하늘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물병자리는 이름에 비해 실제 밤하늘에서 찾기는 조금 어려운 편입니다. 특별히 매우 밝은 별이 눈에 띄는 별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도시에서는 건물과 가로등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어두운 별들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찾기 어렵습니다.
물병자리를 관찰할 때는 밝은 별 하나를 찾기보다는 주변 별자리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철 남쪽 하늘에서 페가수스자리 등을 기준으로 주변을 넓혀가면 물병자리의 영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병자리를 이야기할 때 재미있는 부분은 황도 12궁과 실제 별자리의 위치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흔히 별자리 운세에서 사용하는 별자리 날짜와 실제 태양이 그 별자리 방향에 보이는 시기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축이 아주 긴 시간에 걸쳐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세차운동’이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물론 별자리 운세와 천문학적인 별자리의 위치는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이 차이를 알아두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별자리에도 과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쪽 하늘에서 찾기 쉬운 카시오페이아자리
가을밤 별자리를 이야기할 때 카시오페이아자리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다섯 개의 밝은 별이 W 또는 M과 비슷한 모양으로 이어져 있어 비교적 찾기 쉽기 때문입니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북쪽 하늘에서 찾을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계절에 따라 위치와 방향이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철에는 밤하늘에서 눈에 잘 들어오는 별자리 가운데 하나라 별자리를 처음 관찰하는 사람에게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북극성을 찾을 때도 도움이 됩니다. 북극성은 북쪽 하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별인데, 카시오페이아자리나 북두칠성을 이용하면 북극성의 위치를 찾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카시오페이아자리가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일 년 내내 북쪽 하늘에서 관찰할 수 있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계절에 따라 밤에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위치와 보이는 모습이 달라집니다.
가을밤 별자리를 처음 찾아본다면 네 개를 한꺼번에 찾으려고 하기보다 페가수스자리의 커다란 사각형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주변의 안드로메다자리를 살펴보고, 남쪽 하늘에서는 물병자리를 찾아보며 북쪽으로 시선을 돌려 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까지 찾아보면 가을철 밤하늘의 주요 별자리를 훨씬 재미있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별자리를 볼 때는 ‘저 별들이 실제로 저 모양으로 모여 있을까?’라는 질문을 함께 떠올려보면 좋습니다. 실제로는 서로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들이 지구에서 바라본 방향 때문에 하나의 모양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별자리의 모습은 우주에 그려진 그림이라기보다 지구에서 바라본 시점이 만들어낸 그림에 가깝습니다.
선선한 가을밤에는 잠시 불빛이 적은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먼저 페가수스자리 사각형을 찾고 그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면, 평소에는 그저 어두운 밤하늘로만 보였던 곳에서 하나둘 별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한 가지 더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왜 여름에는 보이던 별자리가 가을이 되면 사라지고, 겨울이 되면 또 다른 별자리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그 이유에는 지구의 움직임이 숨어 있습니다.